크리스마스이브에 친구와 만나서 광교산에 등산을 갔다.
어젯밤 꿈속에서 딸아이가 다치는 꿈을 꾸어서 딸과 산에 가려고 했는데 딸이 안 간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친구와 즐거운 마음으로 갔다.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올라가 형제봉을 지나, 시루봉을 향해 걷는 등산길에는 눈이 많이 내려있었다. 특히 북쪽으로 난 길을 걸을 때는 살얼음 판을 걷는 듯했다.
시루봉을 지나고 친구가 " 큰일 났다, 너랑 내려가서 먹으려고 깨스불에 사골 끓이는 것을 올려놓고 불을 안 끄고 왔다."라고 하면서 빨리 내려가자고 해서 토끼재로 내려오고 있었다. 계단은 미끄러웠다. 친구와 양쪽 난간을 집고 부지런히 내려오면서 왜 이렇게 길이 미끄러운지 계단을 다 내려가서 옆에 난간처럼 이어진 줄을 놓고 허리를 폈다. 순간 야자줄기로 짠 것을 깔아놓은 곳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얼음도 없는데 그 위에 성애가 낀 것 같았다.
엉덩방아를 찧고 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통증이 손목에서 느껴졌다. 직업이 간호사인 친구에게 " 나, 사고 난 것 같아. 손목이 너무 아파!" 그랬더니 친구가 와서 손목을 보더니, 부어오르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하는데 그 통증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고 갑자기 다리도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팠다.
119를 불렀다. 그런데 119에서 걸어서 내려올 수 있냐고 해서 가능하다고 했더니 그럼 큰길 쪽으로 걸어오라고 해서 걸어오면서 119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119와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택시를 불러 타고 병원으로 가는 도중 차에서 멀리 보이는 까만 연기기둥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아주대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서 헬기가 뜨는 것을 보고 응급실에 도착했다. 은급실은 조용했다. 환자가 가득 찼는데도 응급실은 움직임이 없었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광교에 불이 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응급실 의사들까지 다 출동을 해서 언제 응급실이 정상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 빈센트 병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그곳에서 어머니가 수술하시다 돌아가셨다며 동수원병원으로 가자고 해서 갔는데 그곳 병원도 6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빈센트 병원으로 갔다. 생각보다 빈센트병원 응급실은 한산했다. 한산해 보이는데도 내 아픈 팔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내 순서가 왔다. 액스레이를 찍고 그 사진을 분석한 의사가 "큰 사고를 쳤네요." 하는데 무슨 큰 사고인지는 말을 아꼈다. 그래서 상태를 자세히 물어봤는데 한쪽 뼈가 부러져 튕겨나갔다고 한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다음 주 스케줄이 다차 있어서 이 병원에서 수술을 못한다는 것이다. 병원은 아기 낳으러가 보고 처음인 사람이라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가 옛날 어른들도 뼈가 부러지면 그냥 맞추고 살았는데 수술 안 해도 좋으니 뼈만 맞춰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의사가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다음날 마지막시간 수술을 하기로 했다. 그러고 남편한테 연락해서 병원으로 오게 했다. 입원수속을 받고 손목을 잡아당겨 뼈를 맞추는데 얼마나 아픈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온 힘을 다해 소리쳤던 것 같다.
응급처치 하고 나는 2인실 병실로 옮겨졌는데 병실에는 나 혼자였다. 아침 먹고 산에 가서 사고가 나서 점심, 저녁을 못 먹었는데 내일 수술이라 금식이다. 수술할 의사가 밤늦게 찾아와서 내일 수술이니까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라고 한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크리스마스이브에 입원했다고 음악 CD를 한 장 줬는데 고마운 것이 아니라 슬펐다! 배도 고프고 아픈 곳의 통증도 있고,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다음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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